금보성아트센터

 

전미옥 작가는 긴 여행에서 돌아와 짐을 풀고 그 속에 담겨 있는 기억을 하나씩 빨래줄에 널어 놓은듯 싶다.
양말 속옷 외투 담요 등 여행용 가방에서 꺼내 놓은 것은 사용한 것도 있지만 사용하지 않은 물품도 있다. 또 집시처럼 발품 팔아 채집한 풍경과 사람의 마을까지 빨래줄에 높이 올려 놓는다.
보이기 위함도 있지만 탈탈 털어 건조하고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어느 구석에 쑤셔넣지 않고 분리하는데 이만한 것은 없다.  삶을 눈에 띄는 빨래 줄에 걸어 놓고 산다는 것은 숨김이 없는 의식에서 나오지 않으면 고통이 될수 있다. 그럼에도 작가의 삶이 깃발처럼 펄럭이기를 기도한다.


여행이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다. 가던 길에 채집한 풍경일까 싶기도 하고, 순례라고 하기에 고행한 흔적이 없는 이미지의 혼돈이 온 것은 평온때문이다. 자칫 그렇게 지나칠수 있는 풍경화로 다가왔는데, 작가는 여러차례 힘든 투병처럼 견디며 순례의 길을 걸었다. 고통이 읽혀지기 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빛의 따스함을 전하고자 했다.

 

 화가란 자기 자신을, 부단히―그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화가는 일종의 원자로(原子爐)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방사(放射)함으로써 주위 환경을 온통 자신의 회화적 현재(現在)로 채워야 하며, 자신이 사라질 때면 그것을 뒤에 남겨놓는 일종의 제너레이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회화이다고 한 이브 클라인 처럼 역할이 있다. 

 

본디 순례란 종교적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행위는 일종의  닮고자 하는 약속이다. 또는 떠나 온 곳을 찾아가는 것으로도 표현한다. 작가는 여행이라기 보다 순례중이다. 걸어야 보이고 엎드려야 들리는 자연의 소리에서 빛의 파고가 들과 산 사람의 마을까지 넘쳐나는 것은 선한 기운이다. 작가 전미옥의 순례에서 채집한 풍경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1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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